#구의 증명
#feel
✒ 최진영
📔 천 년 후에도 사람이 존재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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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과 구의 이야기. 그러나 이모가 눈에 밟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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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죽음이란 바로 할아버지
나는 우리가 처음 만난 여덟 살을 기억하지 못했고 구 역시 그랬다.
하지만 우리가 서로를 향해 ‘너’라고 부른 그 순간만큼은 구도 나도 명징하게 기억했다.
그날, 노곤한 한낮의 햇살과 온기처럼 허공에 깃든 라일락 바람도.
더지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온다는 건, 더지가 담의 그런 모습을 그려보았다는 뜻이었다
느닷없이 통곡하는 나를 보고도 이모는 놀라지 않았다.
그저 내 등을 가만히 쓸어주며 중얼거렸다.
괜찮다, 아가야, 다 지나간다. 다 지나갈 거야.
근데 그런 걸 지나간다고 말할 수 있나, 이모.
지나가지 못하고 고이는데.
고유하게 거기 고여 있는데.
판도라가 항아리를 열었을 때 그 안에서 온갖 나쁜 것들이 빠져나왔대.
근데 거기 희망은 왜 있었을까.
희망은 왜 나쁜 것을 모아두는 그 항아리 안에 있었을까.